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Research article: Special Topic Session

치료지향 권위주의(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 국내 연명의료결정 과정 중 집중 치료 병동 내 갈등의 발생 요인 예견

윤성원1,*https://orcid.org/0009-0008-0355-9746
Seongwon Yun1,*https://orcid.org/0009-0008-0355-9746
1경희대학교 부설 장애인건강연구소, 연구원
1Researcher, Disability Health Research Center, Kyung Hee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Seongwon Yun, Researcher, Disability Health Research Center, Kyung Hee University, Seoul, Korea, Tel: +82-2-961-2254, E-mail: syun21@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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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Jan 31, 2025; Revised: Feb 05, 2025; Accepted: Mar 17, 2025

Published Online: Mar 31, 2025

Abstract

The concept of 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 a critical notion in medical ethics, has received insufficient attention in the literature and remains underdeveloped even though 4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first significant publication on the topic. This article introduces a revised and updated framework for 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 one that is designed to identify factors influencing the conflicts that arise during life-sustaining treatment decisions. Specifically, the article pursues three objectives: first, it defines 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 and traces the evolution of that concept; second, it explores studies on the forms and manifestations of conflicts within Intensive Care Units; third, it illustrates how 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 may have contributed to the emergence of such conflicts.

Keywords: 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 intensive care unit conflict; life-sustaining treatment decision; advanced care planning; quality of life

I. 서론

“치료지향 권위주의(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의 개념은 수잔 브레이스웨이트(Susan S. Braithwaite)와 데이빗 토마스마(David C. Thomasma)의 동명의 집필[1]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여타의 후속연구를 통한 개념의 확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논문은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양태의 갈등 이면에 내재화된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학술적 인식을 통한 갈등의 해소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제한적인 용례만이 존재하는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개념과 의식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확장하여 제시할 것이다. 그 뒤 논문은 실제 사전돌봄계획(advanced care planning)의 사례보고[2]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집중 치료 병동 내 갈등(intensive care unit conflict)의 양태를 해외의 선행연구를 활용하여 구조화할 것이다. 이후 최근 증례된 국내 집중 치료 병동(intensive care unit, ICU) 내 연명의료결정(life-sustaining treatment decision)의 과정 중 발생한 갈등에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어떠한 악영향을 주었는지 검토할 것이며, Jonsen et al.[3]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분석을 차용하여 이를 해설하고자 한다.

II. 치료지향 권위주의(Protherapeutic Authoritarianism)

1. 의료권위주의(Medical Authoritarianism)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개념은 의료권위주의의 학문적 인식과 발전과정 중 제창되었다. 이에 치료지향 권위주의를 학계에 소개하는 본 논문은 우선 의료권위주의 연구와 그 비판의식을 짧게 소개하려 한다. 소개 이전 앞으로 재해석할 치료지향 권위주의는 의료권위주의의 비판의식에서 발전한 독립적 개념임을 밝힌다.

의료현장 내에서의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은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 전대통령의 의료보장제도 도입 논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었을 무렵, 당시 유럽 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미 사회의료보험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각국 인구의 상당수를 대상으로 한 보건사업 역시 시행되고 있었다[4]. 트루먼 전대통령은 전임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전대통령의 1944년 연두교서[5]인 경제적 권리선언(Economic Bill of Rights)[6]의 유지를 이어받아 1945년 의회[7]에서 국가 주도 의료보장체계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나[8], 트루먼 전대통령의 계획은 이후 이른바 사회주의 의료(socialized medicine)[9]라는 오명과 함께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는 사회주의 의료 비판의 선봉에 나섰는데, 이는 작금에 이르러 특정 이익집단이 냉전의 시대상에 따라 팽배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이념을 활용하여 대다수 시민의 의료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10]. 현재까지 미국은 동등한 수준의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시장경제 체제 아래 민간 부문의 행위주체들에 의해 의료자원이 분배되는 자유주의적 의료보장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데, 혹자는 이를 두고 체계의 행정적 복잡성과 보건의료 전달의 무질서 등을 근거로 “부정 혹은 극복의 대상”이라 평한다[11].

미국의학협회의 행보가 당시 유관 학자들 간에 일으킨 반향은 몇몇 연구로 가시화되어 남아있다. Mahler[12]는 1953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대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한 양적‧질적연구에서 사회주의 의료의 찬반의사가 연구대상의 권위주의 인격[13]의 표출일 수 있음을 보였다. 곧이어 수행된 1957년 미국 매릴랜드 대학교 의과대학의 학생 97명을 대상으로 한 Libo[14]의 연구에서는 Mahler의 결론이 재현되지 않았으나, 흥미롭게도 연구에 참여한 의과대학생의 90%가 사회주의 의료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ibo는 선행과 상반된 연구결과의 이유로 의학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의과대학생들이 모두 동일한 의료계의 제도적 이념을 답습하였고, 이에 인격적 차이와 찬반의사 간의 상관관계가 도출될 수 없었다고 추론하였다. 이후 의학계 내의 의료권위주의에 대한 학문적 보고는 1960년대 말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이며[1], 이윽고 1980년대 말에 들어 이러한 보고에 영향을 받은 두 의료윤리학자에 의해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제언되기에 이른다. 의료권위주의의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된 바 있는데, Jeong[15]은 한국 의료계를 “권위주의적 문화가 팽배한 곳”으로 진단한 뒤 독일 나치의 영향 아래 독일 사회 전반의 타락을 비판한 독일계 미국인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S. Fromm)의 의식에 동감하며 의료권위주의에 따른 비합리성의 발생을 경고하였고, Chung[16]은 의료서비스디자인의 사례를 분석하여 의료권위주의의 해소를 위한 방법론을 보고하는 등의 연구사례가 있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브레이스웨이트와 토마스마의 저술에 당대 학계의 의료권위주의에 대한 성토가 영향을 준 것은 명확하나 이외의 동인 역시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개념화가 저자들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윤리적 당위성 고찰과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Braithwaite & Thomasma[17]는 의학적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환자의 무의한 연명의료를 지속하는 것은 “회복 불가능한 손상에 의한 영향을 영속화”하는 것으로서, 그 윤리적 당위성이 옹호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Braithwaite[18]는 관련 법령 및 부적절한 사회적 규범에 의해 의료진이 의학적으로 무익하다고 판단하거나, 혹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료 행위를 수행해야만 할 때 의료현장 내에서 “비인도성”이 발생한다 주장하며, 비인도적 의료를 극복하기 위한 “인도적 돌봄(anticruelty care)”으로의 이행을 주장하였다. 브레이스웨이트와 토마스마의 인도적 돌봄 주장은 이내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 논증에 의거하여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안락사”, 즉 인종학살을 연상시킨다는 반박에 직면하였는데[1], 두 저자는 상기한 반발에 대한 재반박으로써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개념을 학계에 도입하고자 시도하였다.

2. 치료지향 권위주의

이렇듯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개념은 개념화의 시초부터 연명의료의 윤리성 고찰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약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연명의료결정 관련 논의의 함양에 기여할 공산이 있다. 저자들[1]은 의사능력이 저해되었거나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환자의 주치의에게 “환자를 치료할 권리”는 상정될 수 없으며, 또한 이는 의술이 해악금지(nonmaleficence)의 공리를 위반하지 않고, 동시에 의학의 가치와도 합치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 정언적으로 전제되지 않아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의료현장에서 의료적인 개입의 가치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아닌, 환자의 삶의 질을 의학적인 의사결정의 중요한 가치로 보전하기 위한 논거적 장치로써 이해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치료할 권리를 전제하지 않음은 즉, 임종기의 의료적 개입이 의학의 가치인 “때 이른 사망을 예방하고, 통증을 완화하며, 생애 동안 신체적 질병에 의한 부담을 겪지 않도록 돕는 일”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서마저 불가침한 지침으로서 상정할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위의 주장에 대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는데, 우선 치료만을 고수하는 태도는 의학의 기술적, 철학적, 전통적 가치관은 물론 사회에 일반적으로 공유된 가치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저자인 토마스마가 추구한 의학의 학문적 가치관과 목표는 토마스마와 에드먼드 펠레그리노(Edmund D. Pellegrino)의 저술을 정리한 연구[19]에 기술되어 있는데, 다수의 공저에서 토마스마는 “현상학적 맥락”[20]에서의 안녕(well-being)이란 상대적이며 개개인에 의해 “경험되는 것”이므로, 의술은 “질병이 신체에 가한 위해 뿐만 아닌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측면에 가한 위해”를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연명의료가 환자의 총체적 의미의 안녕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 이는 의술이 의학의 목표와 상충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저자의 이러한 의견은 한국 사회에 일반적으로 공유된 말기 질환 및 임종기시 의료의 방향성에 관한 선호를 조사한 Yun et al.의 연구[21,22]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 연구에 의하면 암환자, 암환자의 돌봄 가족, 일반 인구 등으로 구성된 연구 참가자의 대다수는 무익한 연명의료의 중단과 적극적 통증 조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또한 치료지향 권위주의는 의학의 학문적 목표 이외의 여타 다른 의도에 기인하며 또 이를 충족하기 위해 수행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유형의 “치료지향성(protheraputicism)”[1]이 가진 비도덕성을 지적한다.

현재까지의 담론을 현대 의료윤리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생명의료윤리의 원칙”[23]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치료지향 권위주의란 의료적 개입이 무익하거나 충분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학적 개입만을 통해 선행(beneficence)의 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수하는 태도이며, 환자의 삶의 질 등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기 위한 제반 요소를 심려하지 않는 결정은 오직 파편적일 뿐 진정한 의미의 선행이라고 볼 수 없기에, 저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결론적으로 치료지향 권위주의적 침습은 그 윤리적 당위성이 정당화될 수 없다.

3.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재해석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관한 이후의 분석은 적극적인 재해석이 필요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저자들은 의료현장 내의 권위주의에 대한 언급 전반에 걸쳐 독일 태생 사회학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가 제안한 권위주의 인격에 대한 고찰[13]을 그 토대로 차용하는데, 아도르노는 파시즘적인 나치 독일 휘하의 군인 및 민간인의 비인격적인 행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 내면의 권위에 대한 무비판적 이끌림의 본능을 주장하였다. 추가로 저자들은 프롬[24]의 저서에서 인간 정신의 정상적인 특징이라 지칭한 “가피학적 경향성(sadomasochistic tendency)”[1] 역시 논거로 인용하는데, 두 발상 모두 의료윤리의 분석대상도, 본 논문이 다룰 수 있는 범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권위주의 인격, 혹은 가피학적 경향성 등에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기인한다는 주장은 의료 행위에 관련된 각 의료진의 심리적 경향성이 야기한 윤리적 오류를 질타하게 되는 귀결을 야기할 뿐인데, 이러한 종류의 논쟁은 필자의 저술 의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저자들의 담화를 확장하고자 하는 마지막 이유는 저서에 기술된 성토와 같이 의료진만이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비판 대상으로 설정될 경우, 이는 역으로 의사결정의 중요한 행위자인 대리인의 의사결정권을 등한시하는 의식까지 수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앞서 소개된 의료계 내의 권위주의 연구의 추론을 계승하는 맥락에서 치료지향 권위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우선 논문은 의학이란 “실용적 학문”[25]으로서 의료적 개입은 그 실용적 가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기에, 의료 환경 아래 의료진,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사결정 대리인(surrogate decision maker)”[3] 등의 각 행위주체들이 치료를 지향하는 동일한 가치판단을 공유하게 된다고 전제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각 의사결정권자가 공통적인 가치관을 견지할 때, 의사판단의 과정 중 의료적 개입에의 권위가 발생하게 된다. 치료지향 권위주의란, 공유된 가치관에 의해 강화된 권위를 갖게 된 치료지향성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특정 경우, 예컨대 의술이 술기의 대상에게 유의미한 선행을 제공할 수 없어 의학의 실용적 가치가 실현될 수 없는 경우에도 의사결정의 주체들이 의료적 중재만을 선호하는 입장을 고수하게 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본 논문은 다음의 근거들[1]을 활용하여 이러한 결정은 의학의 목적과 배치됨을 주장한 이후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규범적 정의를 시도하고자 한다. 첫째,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치료의 지향은 “이상주의적 정당화”이며, 그 의사결정의 담화는 “언명적이고, 추상적이며, 의로움”만을 중시하게 된다. 둘째, 치료만을 지향할 때 “제안된 돌봄의 부정적인 영향은 숙고되지 않는다”. 셋째, 무조건적인 치료의 지향은 “의료적 관점에서 위험과 이익의 균형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요법”일지라도 충분한 사고 없이 수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론적으로 의료적 중재만을 고수하는 의사결정은 “환자 개개인 및 환자의 인간성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렇듯 중재의 가치에만 순응하는 의료적 의사결정은 유의미한 이익 없이 환자의 고통을 야기하고,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영속화하며, 환자가 겪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 채 사망으로의 과정을 연장할 뿐이기에 앞서 저자들이 의학의 목적으로 밝힌 때 이른 사망의 예방, 통증의 완화, 질병이 야기한 부담의 완화를 수행하지 못한다. 특정 상황 아래 치료지향 권위주의를 답습한 의료 행위는 그 과정이 선행의 원칙에 위배되며 그 결과는 의학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기에,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치료지향 권위주의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이 의료결정 및 행위에 반영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그렇기에 의사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어야만 한다.

본 논문은 저자들[1]이 제안한 의학적 권위주의 발생의 두 가지 경로에 관한 담화 역시 확장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치료지향 권위주의란 의사결정의 과정 중 결정권을 갖는 참여자들이 체험하는 의식으로서, 의학적 중재가 무익할 때에도 여타 다른 유익한 돌봄보다 이를 우선시하는 선호인 치료지향성을 지칭한다. 의학적 중재의 권위는 의학의 가치에 근간하기에, Libo[14]의 연구에서 의학대학의 학생들이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한 바와 같이 의료 환경에 속한 의료진은 물론 환자, 환자의 대리인 모두가 그 권위를 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비판의식은 후술할 사례보고[2] 중 환자의 주 보호자가 느낀 “왠지 치료를 포기하는 느낌”과 그 함축된 가책을 이해하는 핵심으로 사용될 것이다 — 환자 자신의 치료지향 권위주의 역시 상정하여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이는 자율성 존중(respect for autonomy)의 원칙, 적극적 권리로서의 치료받을 권리의 인식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본 논문에서 고찰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존재하기에 독자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저자들[1]이 주장한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생성되는 과정은 내적 경로, 외적 경로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내적 발생은 표면적으로는 의료진 개인, 혹은 의료진 간에 공유된 “의료적 이상주의”에 의해 발생하지만, 때로는 “동료 의료진의 압력”, “비난 혹은 법적 책임에의 두려움”,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욕망”, “저술에의 욕망”, “의사로서의 자아상 혹은 명망을 높이려는 욕망”, “능력과 이념을 행사하고자 하는 욕망”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내적 치료지향 권위주의는 치료할 권리에의 주장으로 이어지며, 의사능력이 부재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위배되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치료지향 권위주의는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대리인, 가족 구성원 등의 보호자에게도 발현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의료적 이상주의의 형식을 띄나, 가족 구성원의 압력, 당위적 비난 혹은 법적 책임에의 두려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고자 하는 욕망, 자신의 노력을 보이고자 하는 욕망, 가족으로서의 자아상 확인 혹은 명망을 높이려는 욕망, 가족 구성원에게 능력과 이념을 행사하고자 하는 욕망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 등을 가정할 수 있다. 저자들은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의해 촉발된 의료 행위는 그 대상에게 큰 해악일 수 있으므로,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대리인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적절히 대변해야 함을 경고한다.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대표하는 대리인이 의료진의 내적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대항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학의 전문직업성[19]에 의거, 환자의 임상적 예후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의료진에게는 대리인의 내적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촉발할 수 있는 해악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

치료지향 권위주의는 의사결정에 참가하는 의료진, 의사능력이 존재하는 환자 혹은 환자의 대리인, 환자의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 과정 중 생성되기도 하며, 저자들[1]은 이를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외적 발생이라 일컫는다. 저자들은 중증의 질환에 의해 심리적으로 유약해진 환자들이 권위주의와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에 취약한 대상임을 언급하며, 따라서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해악에 가장 크게 노출된 계층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외적 발생에 관한 분석을 진행하기에 앞서, 모든 온정적 간섭주의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없음을 우선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Kim[26]은 중증도의 질환자는 그 질환에 의해 “감소된 자율성(diminished autonomy)”을 지닐 수밖에 없으며, “환자의 감소된 자율성 정도, 간섭하지 않을 경우 결과하는 해악 정도, 간섭으로 얻어지는 선의 정도 등”에 따라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고 전한다. Cho[27] 역시 선행에의 의무가 “일차적 의무”인 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자율성은 “어떤 우선적이고 독자적인 고려 사항이라기보다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의 일부”로서 선행의 고려 대상일 뿐 선행의 의무를 초과하는 규범성을 지니지 않기에,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할 의무가 반드시 온정적 간섭주의를 배척함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가족과 상의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우리의 임상의 특성”상 “무능의 문지방 수준을 넘어선다면” 환자에게 의사능력이 있음을 전제할 수 있고, 이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근거함을 주장한 Hong[28]은 온정적 간섭주의에 의거한 의사결정이 “아픈 환자의 자율성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 환자의 자율성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29]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술한 비판의식은, 생명의료윤리의 원칙들 사이에 위계는 없으며 각 세부 원칙 모두의 균형 잡힌 고려가 필요하다 전하는 Beauchamp & Childress[23]의 당부와도 일치한다.

저자들[1]은 환자가 “그럼,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라고 묻는 상황의 가정을 통해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외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예시한다. 임상적 경험에 근간하여 질병에 의해 환자의 자율성이 감소되었음을 파악한 의사는 환자, 혹은 대리인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신감 있는 태도로 확고한 조언을 전달하곤 하는데, 이는 실천지(phronesis)[19]를 따른 것임과 동시에 의료진이 가져야 할 전문직업성의 발현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예시된 의사결정의 환경에서 의사의 “말솜씨”[1]가 선택 가능한 다수의 의료적 중재 중 치료의 선택에 신뢰감이 기반이 된 권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혹은 예시된 상황 속에서 환자 및 대리인의 의사결정능력이 “의사가 상정하거나 시사한 것만큼 감소되지 않은” 경우에도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외적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 혹은 대리인이 “가장 침습적이거나 급진적인 치료를 제안하는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치료지향성을 갖는 경우 역시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발현되는 경우로 지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외적 발현의 가장 큰 이유로는 “정의의 문제”와 “부적절한 치료 혹은 치료 동기 인식의 문제” 등에 의한 소통의 오류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주요한 방법으로 저자들은 선택 가능한 의료적 개입의 논의 과정에 참여하는 의료진에게 충분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치료의 “독선적인 선호의 표현을 삼가”는 자세가 필요하며, 의학적 판단에 따라 환자 및 보호자를 설득할 때에도 “강한 인상을 주는 표현을 삼가”야만 하고, 또 “극적이거나 최첨단의 요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희망적 사고를 견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조언한다.

III. 집중 치료 병동 내 갈등

1. 집중 치료 병동 환경에서의 갈등

지금까지 본 논문은 무조건적인 치료의 지향은 의학의 가치와 의료 행위의 목표에 합치되지 않으며, 이에 그 윤리적 당위성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ICU 환경이 여타의 정례적인 의료 환경의 양태와 구분됨은 짐짓 자명하나, 의학의 가치와 가치 실현을 위해 수반되는 의료 행위의 목표와 온전히 판이하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그러므로 ICU 환경에서의 의료진, 환자와 대리인 등 각각의 주체 역시 본 논문이 앞서 서술한 것과 동일한 실용적 학문으로서의 의학의 가치, 그리고 동일한 목표의식을 공유하게 됨을 예상할 수 있으며, 이는 ICU 환경의 의사결정과정 중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발현될 가능성 역시 존재함을 시사한다. 앞으로 필자는 개념화된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ICU 내 갈등의 발현과도 관련이 있는지 탐구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Lee[2]의 국내 ICU 환경에서의 사전돌봄계획 현황 사례보고에서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의한 영향을 유추해낼 수 있는지 고찰할 것이다.

의료진이 모든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의료현장의 모든 의사결정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갈등은 ICU 환경에서 심화되는데, ICU 내 갈등의 유병률과 요인을 조사한 Azoulay et al.의 연구[30]에서는 ICU 근무 환경의 특징인 복잡하게 얽힌 인과적 요인들 밝혀냄과 동시에 시급한 치료의 결정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심적인 고통을 겪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정확하고 진솔한 정보를 전달해내야 한다는 점, 연명의료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ICU 의료진의 판단, 자문의 내용, 보호자의 의사가 상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추측하며, 총 7,358명의 응답자 중 72%가 지난 일 주일 내에 적어도 한 번의 갈등 상황을 겪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하였다. 중증환자에게 완화의료, 연명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이 겪는 갈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Tong et al.[31]은 다양한 분과의 협진 과정 중 생명의 유지를 지향하는 “ICU 문화”, 수술 후 환자의 생존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외과의, 고위험도의 환경에서 겪는 고강도의 업무 스트레스와 강한 감정적 반응 등이 융합되어 갈등이 발생함을 시사하였다.

선행 질적연구의 이차분석을 통해 ICU 내 갈등의 역학과 유형론 등을 조사한 Fassier & Azoulay[32]는 갈등의 발생 경로로 의료진의 내부적 갈등(intrateam conflict), 외부적 갈등(interteam conflict), 의료진과 환자 간 갈등(patient-team conflict), 환자와 보호자 간 갈등(patient-family conflict), 마지막으로 의료진과 보호자 간 갈등(team-family conflict) 등을 꼽았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된 전체 ICU 내 갈등 발생 유형 중 의료진 내부적 갈등, 의료진과 보호자 간 갈등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Breen et al.[33]에서도 유사하게 재현되었는데, 조사된 전체 갈등 중 의료진 내부적 갈등, 의료진과 보호자 간 갈등이 각각 48%의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갈등의 원인으로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한 의사결정 대상은 치료의 중단 혹은 보류였던 것으로 밝혀졌고, 의료진과 보호자 간 갈등 발생의 76%는 의료진이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경우였으며, 24%는 환자의 보호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개된 선행연구를 종합하여 생각해볼 때 연명의료 관련 의사결정이 ICU 내 갈등의 상당량을 촉발시키고, 그 중 대부분은 환자 본인보다는 의료진과 의료진, 의료진과 대리인 사이에서 발생함을 예측할 수 있다.

2. 집중 치료 병동 내 갈등의 구체적 양태

앞서 소개된 Azoulay et al.[30]에 따르면 연명치료의 결정 여부는 ICU 내 갈등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부족한 의사소통과 함께 의료진과 환자 간 갈등의 주된 발생 원인이었다. 저자들은 “완화의료의 원리를 보호자에게 설명해주는 것과 함께 의사와 간호사가 협력하여 (환자의)통증, 불안과 기타 예후를 평가하는 것이 (환자의)죽음의 질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간단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연구는 설문을 통해 완화치료의 과정 중 발생한 갈등의 원인을 조사하였는데, “정서적 지지의 부재”, “차선적인 의사결정과정”, “차선적인 증상 조절” 등이 최빈도 원인으로 조사되었으며, 약 30%의 응답자는 “무의미한 치료”를 갈등 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완화의료 및 연명치료 관련 의사결정은 의료진 간 갈등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Tong et al.[31]은 환자가 완화의료의 적절한 대상인지에 대한 해석, 어떠한 치료가 우선시되어야 하는지, 치료가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할 때 발생하는 “의견 대립”을 갈등의 주요 성질로 기술하였다. Tong et al.은 “정기적인 선제적 의사소통”이 의견 대립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안하였는데, Azoulay et al.[30] 역시 의사결정과정을 보조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개선하는 것이 의료진의 직업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두 연구 모두 ICU 내 갈등의 발생 양태와 양적 심각성을 성공적으로 묘사하였으나, 갈등에 관한 근원적인 고찰은 미비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Barki & Hartwick[34]의 “대인갈등”에 대한 정의를 인용한다.

“(대인갈등이란) 동적 과정으로서 상호의존적인 행위자들이 각자의 목표를 성취하고자 할 때 인지된 의견 대립과 간섭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을 경험하는 것이다.”(p. 234)

위 인용문을 의료 환경과 ICU 환경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 접목하면, 의학의 학문적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의료진, 환자, 대리인 등의 보호자 사이에 의견 대립과 간섭이 발생할 때 겪는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으로 ICU 내 갈등을 구체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그리고 본 논문은 ICU 문화 속 의사결정과정 중 의견 대립과 간섭이 발생하는 근원적인 경향성으로 치료지향 권위주의를 제언하고자 한다. 의사결정과정 중 의료진과 대리인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의 기치로 내세우고 있음을 전제할 때, 의료적 개입이 환자에게 유의미한 선행을 제공할 수 없는 경우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의한 의견 대립과 적절한 돌봄 제공의 간섭, 그리고 그에 따른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Fassier & Azoulay[32]는 ICU 내 갈등의 부정적 결과로 환자에게는 치료 결정의 지연, 연명치료에서 안위 돌봄으로의 전환에의 저해, 무용한 적극적 치료에 의한 비최선적 치료 등에 의한 환자 돌봄의 질 감소 및 증가된 치사율 등을 언급하였는데,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의료진의 44%가 ICU 내 갈등에 의해 돌봄의 질 감소 및 환자 생존에 악영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상기한 유형의 환자 돌봄의 질 감소 역시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부분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추론할 수 있다. 본 논문의 초입에 서술된 의학의 목표를 차용하여 예컨대,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따른 의사결정은 사망의 예방이 불가능할 때에 적극적인 의료 개입의 지속은 통증을 완화하려는 목표, 여생 동안 신체적 질병에 의한 부담에 의해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측면에 부담을 겪지 않도록 도우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지 못하는 기전으로서 발현되는 것이다. 단적인 예시를 Breen et al.[33]의 연구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보고된 총 80건의 ICU 내 갈등 중 26건의 갈등상황에서 대리인이 의료진의 치료 계획과 환자의 삶의 질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고, 의료진은 의료적 개입 중단 결정을 설득하기를 포기하였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IV. 국내 사전돌봄계획 현황 사례보고에서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추적

1. 제한된 삶의 질(Restricted Quality of Life) 단계

Lee[2]는 10년간의 진료기간 동안 증례한 환자의 정규입원 및 응급실입원 횟수, 일상활동능력을 계측하고 각 경과에 따른 연명의료 및 완화의료 상담과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Lee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연명의료결정 과정의 차질의 예시를 보며 환자 및 대리인이 연명의료결정을 원활히 내리지 못함이 다분 “특정한 한 시점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환자나 보호자, 의료인 간의 갈등 때문은 아니다.”라고 예견하였다.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특징으로는 Lee의 사례보고에 수록된 도식이 있는데, 환자의 임상적 특징별 사전돌봄계획의 현황을 정리하여 보여주었기에 추후 학계의 연명의료결정 관련 연구의 근간으로써 그 함의가 있고, 의료진의 교육자료로써 활용될 가치 또한 무궁하다. 본 논문은 우선 Jonsen et al.[3]의 삶의 질 분석을 차용하여 Lee[2]의 사례보고에서 증례된 환자의 일상활동능력으로 유추한 환자의 삶의 질 수준을 이론적으로 규정하고 도식에서 세 단계로 나누어 표현한 단계별 환자의 삶의 질 분석내용을 보충하고자 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한 행위자들 간에 공유된 의학의 가치관과 목적의식의 무제한적 수용이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고려보다 우선하여 차질이 발생하였음을 후향적으로 추론하고자 한다.

Lee[2]가 증례한 환자는 2012년 4기 편도암의 진단 이후 4년의 기간 동안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으나, 더 이상의 항암약물치료는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2016년부터 환자는 응급실을 통한 입원을 반복하게 되고, 중환자실에서 폐렴치료를 받은 이후 일상적 활동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에 놓였다. 이를 “제한된 삶의 질”[3] 상황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Jonsen et al.은 이러한 상태를 “질환에 의해 하나 이상의 일상적인 일상활동능력이 제한된 상황”이며, 환자가 제한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때에 “의학의 목적은 환자의 제한된 삶의 질을 돕거나 증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임상적 원조의 예시로는 환자에게 제공된 골절과 폐렴의 치료, 혹은 이동 시 부축 등의 돌봄이 있다. 2018년 증례 환자에게 첫 연명의료 상담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설립추진단에 의해 출판된 의료기관용 연명의료결정 제도 안내서[35]의 권고와 합치하며 시의적절한 상담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증례된 환자의 첫 번째 연명의료 상담 과정 중 살펴볼 수 있는 ICU 내 갈등으로는 의료진 간 갈등, 그 중 의료진의 외부적 갈등이 있는데, ICU 의료진에 의해 내려진 말기암의 판정 의견이 협진 과정 중 “현재 말기 상태는 아니라는 설명”, 그리고 “현재 뇌질환이 안정적이라는 설명” 등과 대립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견 대립이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의한 영향일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전돌봄계획에 대한 논의는 환자 및 보호자들이 환자 자신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숙고하고 또 결정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이후의 연명의료결정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36]하는 의료 행위의 연장선이기에, 의료진은 이를 일종의 의료 행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협진의 과정은 질환에의 적극적 개입 여지의 미비함에 근거, 환자와의 “계약 관계”[19]의 중단을 야기하였고, 결과적으로 사전돌봄계획을 통해 환자의 총체적 의미의 안녕을 증진할 기회 역시 보류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협진에 참여한 의료진에게 있어 의학적 개입이란 신체적 질환의 적극적 치료만을 양자택일적으로 의미하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 비록 협진의 결과가 환자가 말기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사전돌봄계획의 선제적 의논 과정 역시 추후 환자의 삶의 질을 증진할 구체적인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의학적 개입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감대의 형성에 적극적 개입 혹은 의료적 관계의 중단의 양극적 선택 역시 넓은 의미의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발현일 수 있음을 경계하는 의식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36] .

2. 심각하게 손상된 삶의 질(Severely Compromised Quality of Life) 단계

이후 환자의 의사는 환자의 대리인인 배우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2023년 발생한 환자의 임종 1년 전 이루어진 두 번째 연명의료 상담에서 배우자는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으며, 호스피스 제도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연명의료 상담 과정 중 배우자는 호스피스 치료에 대해 처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호스피스 치료의 설명은 배우자에게 “왠지 치료를 포기하는 느낌”[2]을 유발하였다. 해당 시기의 환자의 삶의 질은 Jonsen et al.[3]이 언급한 “심각하게 손상된 삶의 질”에 해당하는데, 사례보고에 의하면 환자의 병환은 의식 저하, 경련, 폐렴, 전해질 이상 등의 소견을 보이며 4번의 입원과 2번의 중환자실 치료를 유발하였기 때문이다. 환자는 이 시기 기관절개술과 위루술 역시 받아야만 했고, 의사소통능력의 수준 역시 최소한으로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연명의료 상담의 보고에서는 의료진과 환자 간 갈등이 발생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위 갈등 역시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표현으로 유추할 수 있음은 다음의 이유에서이다. 배우자는 가정 내에 환자를 돌볼 충분한 의료장비를 구비하고 있었으며, 사회의료보장제도의 혜택 역시 수혜받을 수 있어 그 돌봄의 능력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배우자의 “포기하는 느낌”[2]에의 증언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연명의 결정을 통해 추측하건대,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아닌 환자의 가족 구성원인 대리인 자신의 노력 — 노력이라는 표현은 ‘포기’라는 단어의 대립쌍을 선택하여 표현하였다 — 을 고려한 결정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무비판적 수용은 호스피스 치료와 같은 여타 다른 종류의 돌봄이 불러올 이익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연명 혹은 치료의 완전한 포기라는 양자택일적인 선택지만을 고려하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총체적인 안녕을 증진하는 의료가 수행될 여백을 감소시키는 귀결을 낳는다.

3. 극심하게 감소된 삶의 질(Profoundly Diminished Quality of Life) 단계

2023년 들어 환자의 삶의 질은 “극심하게 감소된 삶의 질”[3] 상태에 놓인다. 이는 환자가 깨어 있을 때에도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고, 환자에게 의사가 있는 동안 적극적인 치료의 유지를 원했던 보호자가 매 입원시 심폐소생술 거부(do-not-resuscitate) 의사를 서면으로 작성한 사실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Jonsen et al.은 “오직 관찰자에 의해서만 그 가치가 숙고될 수 있는 상태”를 극심하게 감소된 삶의 질으로 분류하며, 의학의 목표 중 어떠한 것도 실현되고 있거나, 앞으로 실현될 수 없는 상황, 대리인의 결정과 모순되는 환자의 선호가 확인될 수 없는 상황, 환자가 더는 지적이거나 감각적인 경험을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 등에 의해 연명의료의 중단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상담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환자는 2023년 8월에 자택에서 임종하였다. 대리인이 연명의료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였던 상황임을 미루어 볼 때, 환자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관찰자로서 대리인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의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여 전문 기관에서의 호스피스 치료에 동의하는 결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며, 의료진은 호스피스 의료의 목적이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할 때 환자의 최선의 이익과 부합함을 본 논문에서 소개한 Jonsen et al.의 환자의 삶의 질 분석을 예시로 들어 설명함이 원활한 소통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V. 결론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개념은 첫 제안 이후 학계의 관심 범위 밖에 존재하였으나, 지금까지 예시된 것과 같이 현대 의료환경 내 발생하는 갈등의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이 충분하다. 본 논문은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개념화를 시도하였고, 이를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함의를 도출할 수 있는 범위로 확장하고자 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해외 연구자료의 문헌조사를 통해 ICU 내 갈등으로 분석된 내용들이 국내 ICU 의료환경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추측하여 추가적인 연구의 갈피를 타진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전체 분석 내용을 국내의 사례보고에 대입하여 고찰하였다.

본 논문이 가진 한계점은 명확하다. 첫째는 본 논문이 제시한 국내 ICU 의료환경에서의 연명의료결정 과정 중 갈등 발생 예견이 오직 해외의 연구사례에 기대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해외의 의료환경에서 처음 제안된 비판의식이라는 점과 ICU 환경 내 갈등을 정량적으로 파악한 연구, 그리고 그 연구들이 바탕이 된 ‘갈등’에 관한 학문적 정의가 모두 해외의 문헌이라는 점에 그 이유가 있다. 치료지향 권위주의가 국내 ICU 내 갈등 발생에 영향을 줌을 주장하기 위해선 본 논문에 소개된 경험연구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국내의 실정에 적용 가능한 경험적 근거를 수집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본문의 내용 중 국내 의료환경에서 의료결정 및 행위 제반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법제에 관한 분석 및 비판이 미비하여 역시 추가적인 연구 및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가지 맹점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은 국내 학계에 치료지향 권위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였다는 점, 그리고 Lee[2]의 도식에 환자의 임상적 단계별 삶의 질 분석을 실시하여 그 교육적 가치를 더하였다는 데에 학술적 의의가 있다.

Braithwaite & Thomasma[1]은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해결을 위한 단초를 정의의 문제와 부적절한 치료 혹은 치료 동기의 인식 문제에서 찾았다. 저자들의 예견에 따라 국내의 ICU 환경 속에서 연명의료결정 논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막기 위한 방법론 연구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치료지향 권위주의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선 의사결정에 참여한 의료진, 환자 및 의사결정 대리인이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 의학의 가치와 목표에 대해 원활히 의논할 의사소통수단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의논이란 의사결정에 참여한 결정권자들이 연명의료에 관한 사전적 논의,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치료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선택지가 환자의 총체적 안녕,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한 의료 행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 두 번째, 환자 가족의 상의가 큰 영향을 행사하는 국내 의료의 특성[28]상 의학적 개입이 때때로 환자의 삶의 질적 측면에서 무의미할 수 있음을 의사결정에 참여한 각 개개인이 직시할 수 있도록 돕고, 무조건적인 치료지향성은 치료지향 권위주의에 의한 심리적 동기에 의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 및 교육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환자의 총체적 안녕에 있어 삶의 질의 중요성은 다른 그 무엇보다 앞서는 필요조건으로서의 가치일 것이다. 총체적 안녕에 삶의 질이 주요한 요소임을 긍정할 때, 죽음의 질 역시 비등한 만큼의 관심을 투사할 필요가 있다. 글을 마치며 증례환자의 안녕을 위해 헌신한 모든 의료진에게 존경을 표하며, 서면 출판에 동의한 환자의 보호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Conflict of interest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ements

Not applicable.

Funding information

Not applicable.

Data availability

Upon reasonable request, the datasets of this study can be available from the corresponding author.

Author contributions

The article is prepared by a single author.

Ethics approval

Not appli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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