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사

고 맹광호 교수님을 추모하며

권복규 1 , * https://orcid.org/0000-0002-2690-1849
Ivo KWON 1 , * https://orcid.org/0000-0002-2690-1849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1Professor,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College of Medicine, Ewha Womans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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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line: Mar 31, 2024


부족한 제게 회원들께서 한국의료윤리학회의 중책을 맡겨주신 작년 11월 말,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맹광호 교수님께 전화를 드린 것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 권 교수, 오랜만이오~”하는 따뜻한 음성을 들려주시리라 기대했는데, 돌아온 것은 아무도 받지 않는 신호음뿐이었습니다. 몇 차례 더 전화를 드렸지만 받지 않으셔서 혹 번호가 바뀌셨나? 편찮으시다 들었는데 혹시 많이 안 좋으신가?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차츰 알려드리면 되겠지 하고 전화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 맹 교수님이 선종하셨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와 맹광호 교수님과의 인연은 한국의료윤리학회를 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의료윤리가 전혀 불모지였던 시절, 맹 교수님은 누구보다도 먼저 이 분야의 필요성을 절감하시고, 뜻을 같이 하시는 여러 학장님들과 교수님들을 규합하여 한국의료윤리학회(당시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를 창설하시었습니다. 물론 초대 회장님으로 홍창기 교수님을 모셨지만, 그 뒤에서 학회 창설과 운영에 필요한 온갖 궂은 일은 대부분 맹 교수님의 몫이었습니다. 당시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철부지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맹 교수님을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행정과 제반 사무를 도와드리는 것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의료계에서 하늘 같은 스승님이시자 선배셨지만, 맹 교수님은 늘 그러하시듯 일개 대학원생에 불과했던 저를 존중해 주시고 항상 따뜻하게 배려해 주셨습니다.

오늘날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초기에 토대를 잘 닦아 주시고, 항상 학회를 위해 지원과 염려를 아끼지 않았던 맹광호 교수님 덕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예방의학을 전공하셨지만, 의학교육과 의료윤리 분야에서도 그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헌신을 다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넘치는 리더십과 카리스마, 그리고 열정과 성실의 구현이셨지만, 독실한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부드러운 인격의 힘은 항상 인자한 배려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혹은 저와 같이 모자란 후배가 이런저런 이유로 투덜거릴 때도 맹 교수님은 언제나 따뜻한 말씀으로 위로해 주시고 희망을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맹교수님의 학술적 업적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니,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다만 스승님이자 멘토, 그리고 의료계의 선배로서 맹 교수님의 발자취를 언급하고 기릴 뿐입니다. 이제 저도 중견의 나이가 되다 보니 인생을 올바로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특히 후배와 제자들에게 감화를 주고 존경을 받기란 그보다 더욱 어렵구나! 하는 탄식이 나올 뿐입니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계는 심각한 위기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진정한 어른과 스승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맹 교수님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 계셨더라면, 찢어지고 상처받은 의료계에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을까 새삼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맹 교수님은 선친을 매우 일찍 여의시고, 어려운 가정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공부하셨습니다. 하지만 온갖 인생의 고뇌를 독실한 신앙으로 이겨 내시면서 사셨습니다. 아무리 바쁜 중에서도 매주일마다 노모를 모시고 성당에 가는 것이 교수님의 일과셨습니다. 탁월한 학자이자 지도자 이전에 진정한 효자이며 돈독한 신앙인, 참된 인격의 소유자이셨습니다.

아, 이제 교수님은 그렇게 사랑하시던 천주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아무쪼록 이 세상의 괴로움과 노고를 모두 잊으시고, 저 천국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실 것을 기원합니다. 남은 저희들도 교수님의 뜻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천국에서 굽어보시고 저희들의 앞날을 지켜주시고 축복해 주십시오.

2024년 3월,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 권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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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특집 논문] 헬스케어 AI 윤리에서 환자·시민 참여 모형: 주제범위고찰과 방법론적 검토에 기초하여


2024년 12월 호(12월 31일 발행)에서는 특집호를 계획하고 있으며, 특집논문에 대한 논평을 받고 있습니다.

 - 특집논문에 대한 논평을 작성하시고자 하는 선생님께서는 논평자의 학문적 지견과 관점을 담아 특집논문을 논평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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