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공유의사결정의 개념과 의의
오늘날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논의는 단순한 사전동의(simple consent)뿐만 아니라,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와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으로 점차 환자의 의사를 반영한 의사결정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1].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의 초기 개념은 환자가 의학적 정보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의사가 치료 옵션에 대해 설명하고, 의학적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단순한 사전동의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델이었지만, ‘환자의 적극적 참여’가 고려되지 않았기에 환자의 자율성 증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2].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에서 의사는 치료 옵션들을 제시하고, 각 옵션별로 예상되는 이익, 위험을 설명한다. 더 나아가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는 의사 등의 ‘설명의무’를 법적인 의무로 부과하고 있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설명동의 법제의 내용에는 환자의 선호도나 인생관과 같은 요소는 고려되지 않은 채 환자는 의사가 제시한 옵션에 대한 선택 혹은 거부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오늘날 의료의 주된 패러다임은 환자 개인의 선호도, 가치를 존중하며, 환자의 가치가 임상적 결정의 기준이 되도록 보장하는 ‘환자중심의료’이다[4].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의사-환자 관계에 초점을 두는 ‘공유의사결정’이 등장하였다. 공유의사결정은 환자와 의사가 협력하여 의학적 증거와 환자 개인의 우선 순위 및 치료 목표를 가장 잘 반영하여 합의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식적인 프로세스 또는 도구로[5] 198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개념이다[6]. 공유의사결정은 의사-환자 관계의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상호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사는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 필요한 의학적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는 개인의 선호도, 가치관 및 인생관 등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의사와 환자가 상호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가 아니며, 의사결정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의료적 의사결정의 과정이다. 실제로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이 환자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7], 의료진 역시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에 대한 지침이나 교육, 훈련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8]. 또한 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진료과정에서 의사결정에 스스로 참여하길 원하고 있고, 이러한 환자 참여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역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방향을 변화하고 있다[9].
이후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 공유의사결정 도입과 제도적 정착을 위해 그 기반이 되는 설명·동의 법제의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공유의사결정의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수용가능성과 절차적 정합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II. 본론: 공유의사결정과 설명·동의 법제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환자의 결정’은 의료인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이러한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헌법적 가치에 근거한 것이다. 왜냐하면 환자는 “의사의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가 환자의 신체나 그 기능에 대한 침해행위의 측면도 가지고 있는 이상 환자도 자기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권능"인[10]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환자의 생명·건강에 대한 의료상의 선택·결정은 환자 자신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 의료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하여 대법원은 “환자의 수술과 같이 신체를 침해하는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함”이라 하면서, 그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11]. 의료상의 선택이나 결정 과정에는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공유의사결정 과정 역시 그러하다. 따라서 공유의사결정의 법적·윤리적 근거 역시 헌법상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의사-환자 관계에서 도출되는 의료계약상의 의무이다. 구체적으로 공유의사결정을 포함한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의 법적·윤리적 근거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과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성립되는 “의료계약”으로부터이다[11]. 이때 의료계약에 의하여 제공되는 진료의 최종적인 내용은 의료인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에 의하여 구체화되는 과정을 거쳐 선택 또는 결정된 내용이 된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계약상 의사의 주된 급부인 진료의무와 병존하는 독립적 부수의무로써 계약책임에서 파생되나. 공유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한 의료적 의사결정의 각 단계에서 제공되는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각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별 의료행위에 대한 승낙과정은 그 내용이나 상대방, 법적인 효과 등이 법률행위인 의료계약과 다른 준법률행위로써 의료계약 자체에 대한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러한 의사의 설명의무의 근거를 침습적인 의료행위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도 볼 수 있다.1)
공유의사결정을 포함하는 의료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설명과 동의는 보건의료법체계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보건의료기본법」은 보건의료서비스에 관한 자기결정권에 대하여 모든 국민은 보건의료인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 방법, 의학적 연구 대상 여부, 장기이식(臟器移植)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법 제12조) 앞서 논의한 헌법적 권리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과정에서의 설명·동의 법제는 「의료법」 제24조에서 요양방법 지도 의무나2) 제24조의 2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3) 그 외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 응급의료의 설명·동의에 관한 규정도 있다.4) 그러나 설명의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명문의 법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헌법 상 당연히 인정된다. 위 의료법 상 명문의 설명의무 규정이 없을 때에도 당연히 의사의 의무로 인정되었다. 다만,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통해 오히려 법 적용 대상을 한정하거나 명확한 요건을 제시하고, 법적 제재를 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의 법적 근거는 설명·동의 법제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강화를 위한 공유의사결정 관련 법제 역시 가장 중요한 근거는 설명·동의 법제이다. 즉, 환자의 자기결정은 의사의 설명의무를 통하여 보장될 수 있다. 구체적인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환자는 의사에게 설명을 듣고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한 후 해당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의 여부 등을 선택한 후 해당 의료행위를 받겠다는 결정을 하면 ‘동의’를 하게 된다. 이는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를 바탕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의 설명·동의 법제 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즉, 설명·동의 과정에서의 ‘하자’가 개입하거나5) 실질적이고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못해6)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선택이나 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환자마다 의학적 설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수 있으며, 환자 자신의 가치관과 선호도를 반영한 옵션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사가 제시한 치료 옵션 중 선호도를 반영한 선택지가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간의 양방향 소통에 의해서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논의되어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명·동의 법제상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다 할지라도 환자는 의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제시하는 치료 옵션에 대해 선택만 가능하게 된다. 달리 말해 이러한 기존 설명·동의 법제의 한계나 제한점이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 공유의사결정의 도입 필요성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즉, 의사의 설명의무의 목적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고 한다면, 형식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에서 나아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의료적 의사결정 모델인 ‘공유의사결정’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까지 공유의사결정의 법적 윤리적 근거는 기존의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 ‘의사의 설명의무’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서는 이러한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 공유의사결정을 도입함에 있어, 공유의사결정의 특수성을 고려한 적용과 해석이 가능할지 그 쟁점별로 살펴보고자 한다[12−15].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설명의 주체와 동의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각각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의사7) 와 동의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치료의 대상인 환자이다. 대법원은 다수의 판례를 통해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 내지 선택권은 환자에게만 있고, 그 가족들은 설명의무의 상대방 내지는 동의, 승낙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16].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인척에 불과한 ‘시숙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14], 또한 친족인 ‘원고 오빠의 승낙’으로써 환자인 원고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10].
앞서 언급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설명·동의 법제에서 설명의 주체와 설명의 상대방인 동의의 주체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법」 제24조의 2 제1항에 따르면 설명의 주체는 의료인 중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로 한정된다. 설명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환자’이다. 다만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통한 대리 동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예외적 상황에 대하여는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 수혈, 전신마취가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설명의무를 면제하기도 한다. 이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9조 제1항에 의하면 설명의 주체는 응급의료종사자로 설명의 대상은 ‘응급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응급환자에 대한 설명 제공 주체는 ‘응급의료종사자’로(응급의료법 제2조 제4호) 앞서 의료법에서 의료인 중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로 한정되어 있는 것에 비해, 응급환자에게 제공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설명 제공의 주체는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때에도 응급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나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응급의료가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설명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응급의료법은 이러한 설명·동의의 절차에 대하여 응급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의료법과 유사하게 법정대리인이 동행하였을 때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응급의료에 관하여 설명하고,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응급의료법은 응급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법정대리인이 동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동행한 사람’에게 설명한 후 응급처치를 하고,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응급진료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응급상황이라는 긴급성과 설명의 상대방인 응급환자의 동의능력을 고려하여 응급의료제공의 필요성에 근거한 응급의료제공의 당위성에 대해 의율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설명·동의의 절차에 있어, 응급의료종사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응급환자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제1항에 따른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나, 응급환자에게 반드시 응급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의료인 1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응급의료를 할 수 있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제3항)는 규정에 근거,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응급의료에 관한 결정에 있어서 응급의료제공의 필수성과 긴급성에 근거하여 환자의 동의 없는 의료적 결정 내지 의료인 간의 동의를 통해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행 보건의료법 체계 내 개별 법령에서 동의의 주체나 설명의 상대방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의료법 제21조의 2에서 진료기록의 사본 및 환자의 진료 경과에 대한 소견 등을 송부 또는 전송할 것을 요청받은 경우, 해당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그 요청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그런데, 법에서 사용되는 ‘보호자’라는 용어는 그 범위와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아, 이 법의 적용이나 ‘환자 보호자’에 대한 해석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의료법상 ‘보호자’의 개념을 법정대리인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기에는 의료법이 이미 법정대리인과 보호자의 개념을 구별하여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17]. 통상 보건의료법체계 하에서 ‘보호자’는 앞서 언급한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을 의미하거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상의 보호의무자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설명과 동의를 득하는 절차는 전체 의료계약 내용의 일부에 해당하고, 여기서 다루는 의료적 의사결정과정 중의 공유의사결정 과정 역시 그러하다. 이는 법률행위와 구별되는 준법률행위로서 법률적 행위능력이 아닌 의사결정능력 즉 여기서는 ‘동의능력’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체 의료행위에 있어서 적용되는 보호자의 범위와 대상과는 달리 적용될 수 있다. 마치 응급의료에서 설명·동의에 있어 ‘동행한 자’에 대한 설명을 유효하게 보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 동의의 주체를 결정하거나, 이후 논의하게 될 공유의사결정 과정의 참여자 확장 가능성과 관련하여 이러한 ‘환자 보호자’의 개념과 범위를 달리 적용하거나 제한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
공유의사결정은 개념적으로 공유된 의사결정 또는 공동의 의사결정을 의미하며, ‘둘 이상의 사람이나 단체’가 함께하는 것으로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주체의 확장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설명 제공의 주체뿐만 아니라, 설명의 상대방 내지 동의의 대상에 대하여 확장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다양한 의료 영역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공유의사결정 과정에는 환자 자신의 의향이나 최선의 이익이 되는 선택이나 결정을 하기 위한 선호도, 가치관 등 환자 자신에 관한 것뿐 아닌 가족의 입장이나 가족 관계의 특수성, 환자가 처한 상황, 경제적 요인에 대한 고려와 지불의사 등 확장된 대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의사 결정 갈등이나 결정의 번복 등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같이 우리와 다른 보건의료체계에 기반을 두고, 우리와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논의되어 온 공유의사결정 모델이 우리의 특수한 보건의료체계에 도입되어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한국형’ 공유의사결정 모델 개발의 필요성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현행 설명·동의 법제와의 정합성, 이미 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우 해당 절차의 준수 등을 고려한 공유의사결정의 참여자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는 이후에서 논의하게 될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유 대상 정보가 어디까지 누구에게까지 공유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과도 연결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유의사결정 과정에는 가족의 일부 또는 전부, 법정대리인, 지인, 친구, 보호자 등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보가 공유되는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의사의 설명 대상의 확장 가능성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은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승낙하는 상황이라는 의료현장에서의 일반적인 경우에 대하여 그 의사결정과정에 대하여 의료법 및 관계 법령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현실적으로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승낙하는 상황이 많을 것임을 고려하여, 이러한 경우 의사의 설명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이루어지고, 미성년자인 환자는 설명 상황에 같이 있으면서 그 내용을 듣거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의료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전해 들음’으로써 의료행위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상황을 언급하였다. 이에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였다면, 그러한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18]. 그러한 판단에 대한 근거로는 아직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언제나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미성년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설명이 전달되어 수용하게 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서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법원은 의료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고는 있으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미성년자인 환자의 의사가 배제되지 않아야 함을 명확히 하였다. 따라서,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설명의 대상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과 같이 당사자의 확대는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환자의 의사가 배제되지 않아야 하고, 미성년자인 환자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환자 본인에게 전달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여야 함을 밝히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를 공유의사결정 과정에 적용한다면 공유의사결정의 특성상 설명의 대상자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과 같이 환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자’로 확대는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자 자신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므로,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이 되어야 하며, 가족은 공유의사결정의 과정에서 환자의 이해를 돕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19]. 실제로 공유된 의사결정을 통한 연명의료결정 모델에 관한 연구에서는 다양해진 사회적 특성이 반영되어 가족의 인정 범위나 의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제언하기도 하였다[5].
그러나 실제로 공유의사결정의 참여자로서 설명의 상대방은 현 법제 하에서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 설명의 대상 즉, 설명의 상대방이 환자와 더불어 환자의 보호자, 법정대리인, 가족, 친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의사결정의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이 되어야 하며, 가족은 공유의사결정의 과정에서 환자의 이해를 돕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할 것이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환자가 아닌 대리인 내지 보호자의 결정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일부 연명의료결정이나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 현 보건의료법제 하에서 그 적용 가능성과 절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의 POLST(physician orders for life-sustaining treatment)에서의 대리결정 가능성과 같이[20], 현행 법제도에서의 도입 가능성은 입법정책적 고려 후 대리결정의 적법절차와 대상, 범주에 대한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 보건의료법체계 하에서 설명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으로 제한된다. 다만, 해당 환자의 동의능력을 고려할 때 법정대리인으로 확장 또는 긴급성을 고려할 경우, 법정대리인이 아닌 동행한 사람에게 제공한 설명까지 유효하고, 응급의료제공의 필수성에 근거한 설명의 면제나 의료인 간의 동의에 근거하여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나 제한된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다. 이렇게 일부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경우, 보호자나 가족이 환자 대신 공유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매우 제한적인 영역에만 해당할 것이다.8)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공유의사결정[21−23]은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을 전제로 수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 이 경우 공유의사결정 과정에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정보 제공의 대상자는 확대가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자 자신의 의사가 배제되거나 불충분하게 반영되어서는 안되며, 그 과정이 의무기록 등을 통해 입증이 가능한 형태로 남겨져야 한다.
공유의사결정은 동의의 주체로서 설명의 상대방에 해당하는 정보 제공의 대상자뿐 아니라, 설명을 제공하는 주체에 대한 확장도 가능하다. 특히 먼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에서는 설명의 주체가 의사가 아니거나 혹은 의사 중에서도 관련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사람 또는 팀, 관련 자격이나 경험이 있는 자 등을 포함하고 있다[24-26]. 우리나라는 앞서 살펴본 대로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는 설명·제공의 주체를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로 한정하거나 일부 응급의료의 경우, 응급구조사와 같은 보건의료인으로9) 확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해 처치의사라 할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으로도 충분하다고 한 바는 있어[15] 현행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는 정보 제공의 주체는 당해 처치의사로 한정될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법제도의 적용과정에서 관련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의료인 즉 간호사를10) 포함한 모델이나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서 응급구조사나 의료기사에 의한 설명처럼 그 주체의 확장 가능성은 고려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 외의 보건의료인으로의 주체의 확장은 이후 논의하는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하자의 개입 등으로 인해 설명의무의 위반으로 인한 책임 발생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분업화된 의료행위의 위임과 관련한 책임 발생은 설명이나 정보 제공과 같은 과정이 위임을 통해 분담 가능한 내용의 것인지와 위임받은 자의 자격 내지 자질, 평소 수행한 업무, 위임의 경위 및 당시 상황, 그 의료행위가 전문적인 의료영역 및 해당 의료기관 시스템 내에서 위임하에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위임의 합리성’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결과에 대한 책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11)
의료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유되는 정보는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는 설명의무 이행 과정에서 전달되어야 하는 내용에 해당한다. 이러한 설명의 내용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이다[11]. 이렇게 제공된 정보에 근거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하거나 결정하여야 한다.
「의료법」은 이러한 설명의 내용에 대하여 관련하여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그 내용으로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법 제24조의2 제2항). 또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에 관한 설명의 내용에 대하여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응급검사의 내용, 응급처치의 내용, 응급의료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의 예상결과 또는 예후, 그 밖에 응급환자가 설명을 요구하는 사항에 대하여 설명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가 또는 어떤 정보까지 제공할 것인가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 한 바 있다[12]. 또한 ‘환자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수술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수술로 예상되는 것이고, 발생빈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발생할 경우, 환자에게 중대한 생명·신체·건강의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인 경우, 이 때에는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에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결과와 대체 가능한 차선의 치료방법 등이라 밝히고 있다[27]. 이와 달리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후유증이 아닌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 및 의료과실을 부정한 사례도 있다.12)
결국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설명의 내용이 공유되는 정보가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들이 공유되어야 하는지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유되지 않아야 하는 정보나 내용상 면책을 위한 청구권 포기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거나13), 형식상 부동문자로 인쇄된 용지에 서명하는 등으로는 충분한 설명의무의 이행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적절한 공유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28].14) 일반적 공통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들과 함께 공유의사결정이 도입되는 의료의 영역에 대한 특수성이나 질병의 특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명의료결정에 관하여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기 위한 정보로써 환자가 평소 일상생활을 통하여 가족, 친구 등에 대하여 한 의사표현, 타인에 대한 치료를 보고 환자가 보인 반응, 환자의 종교, 평소의 생활 태도 등을 환자의 나이, 치료의 부작용, 환자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치료 과정, 질병의 정도, 현재의 환자 상태 등 객관적인 사정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상황이 아닌 환자가 참여하여 공유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는 앞서 말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들을 알고 공유할 수 있는 가족들이 참여하되, 추가적으로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살아온 방식을 포함하여 질병 상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불안감과 같은 감정 상태나 함께 하는 가족의 심리적 상태와 어려움에 대한 내용 역시 공유될 필요가 있다[5]. 이 때에도 통상 합리적 환자가 중요시하는 정보를 기준으로 하지만,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는 구체적 환자가 중요시하는 정보인 것을 의사가 ‘예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정보도 설명하여야 한다는 합리적 환자기준설과 구체적 환자기준설의 절충설에 근거하여[29] ‘상호성’이라는 공유의사결정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한 구체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공유의사결정은 통상의 의료인 등이 설명을 이행하는 과정에 추가적으로 환자의 이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이행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이 통상의 설명·동의 과정에 더해질 수 있다. 또한 내용적으로도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 공유의사결정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도’와 같은 설명 대상 환자의 구체적 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적인 부분은 통상의 설명 동의 절차에서는 공유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환자의 구체적 특성에 대한 개별적 고려 가능성에 대하여 대법원은 “의료진의 설명은 의학지식의 미비 등을 보완하여 실질적인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고, 환자가 위험성을 알면서도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부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의료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경우,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지는 해당 의학지식의 전문성, 환자의 기존 경험, 환자의 교육수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30] 환자의 구체적 특성을 고려한 설명 제공의 타당성에 대하여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러한 환자 중심의 공유의사결정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환자가 다른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도 인지되어야 한다. 그 경우에는 일부 참여자가 공유의사결정 과정 참여에 제한될 수도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또는 실질적 하자가 개입하였을 때는 의료적 의사결정의 결과, 선택하거나 결정한 치료의 효과나 그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와는 별론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과정에서의 하자로 인해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와 유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의 발생하거나, 누구에게 이 책임이 귀속될 것인가의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
공유의사결정을 통한 의료적 의사결정 이전에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최선의 치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자신에게 시행되는 의료행위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하는 ‘의사소통’ 과정은 필수적이다. 의사의 설명은 이와 같은 의사소통을 위해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행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건의료법제 하에서 설명의 제공 과정과 방법 상의 하자가 공유의사결정 과정의 하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하여 공유의사결정 과정은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이나 진료에 관한 기록으로 의무기록 등으로 기록 보존되어야 하며, 관련하여 이후 적절성 평가를 위한 입증이 용이하여야 한다. 앞서 살펴본 공유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자의 문제, 공유되는 정보의 내용의 문제 등의 과정에서 하자가 개입하면, 충분한 설명의무의 이행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충분한 공유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15) 반대로 의사결정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의사결정 내용을 기재한 진료기록 등을 제시한다면16) 적절한 공유의사결정 과정을 평가되거나 설명의무의 이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유의사결정 과정, 즉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참여자들 간에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과정에 법적 책임의 발생은 설명의무 위반과 유사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통상 설명의무 위반이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불설명 또는 부실한 설명’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설명의무자의 고의 또는 과실(귀책사유)이 있어야 한다[31]. 여기서 ‘불설명’이라 함은 중요한 사항을 알고 있으면서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거짓 또는 잘못 설명하는 것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32].17) ‘부실한 설명’의 경우가 더욱 빈번할 수 있는데, 이는 설명을 하였으나, 그것이 불완전한 경우로 앞서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유되는 정보의 내용과 전달방식 등이 관련있을 수 있다.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는 환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것이고,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는 환자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 즉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신체침해설)와 정신적 손해로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정신침해설)가 나뉘고 있다[31].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설명과 동의와 관련된 하자가 있다면, 설명의 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이러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의사들의 과실 및 위법행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인격권의 침해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자는 것이다[33].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설명을 하지 아니한 채 환자의 승낙 없이 또는 불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승낙을 받은 후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설령 의사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III. 결론
지금까지 설명·동의 법제에 근거한 공유의사결정의 법적 근거를 비교하여 검토하였다. 이는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 공유의사결정을 도입하고 제도화하고 확대하여 정착할 수 있을지와 실질적 수행과정에서 법적 정합성을 고려하여 유의하거나, 나아가야 할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공유된 정보를 통해 참여자들의 공동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즉 공유의사결정의 수용가능성에 대하여 현행 보건의료법 체계상 설명·동의 법제에 근거하여 가능하다는 결론에는 이르렀다. 공유의사결정의 법적인 근거는 헌법상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행사의 근거가 되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다. 현행 설명·동의 법제에 따르면 환자는 의사가 설명한 치료 옵션을 선택할지 여부만 결정할 수 있기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한적으로 보호된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의사-환자 간 양방향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공유의사결정이며, 이는 현행 설명·동의 법제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공유의사결정은 의사-환자 간의 의료계약에 근거한 독립적 부수적 의무인 의사의 설명의무에 근거하지만, 개별 의료행위에 대한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사의 정보제공과 환자 등의 승낙 과정은 법률행위인 의료계약 자체의 내용과 상대방, 효과 등과는 구분되는 준법률행위이다. 의료적 의사결정 과정의 각 단계에서 대상이 되는 진료의 내용은 의료인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에 의하여 구체화 되고, 개별적으로 적용된다. 공유의사결정의 대상이 되는 의료적 상황 역시 이와 유사하게 진행되지만, 제공되는 정보의 내용과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 설명의 상대방이 환자를 포함하여 가족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추가적인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유의사결정 과정 중 공유되는 정보의 종류와 내용 및 양 등에서 기존의 설명·동의 법제 상의 ‘설명의 내용’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설명·동의 법제에서의 한정된 설명의 주체와 설명의 내용에서 더 나아가 ‘상호성’을 고려한 공유의사결정 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자’의 범위가 선정되고 확장될 필요도 있다. 특히 생사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적 결정의 경우, 공유의사결정의 참여자는 의사결정 주체로서 환자뿐 아니라, 가족, 지인 또는 환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자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34,35]. 다만, 이 과정에서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공유대상이 되는 정보는 민감정보인 보건의료정보로 환자 본인 외의 대상자에게 공유되는 것은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거나, 법령에 의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환자 외에 공유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인지, 공유할 수 있는 대상 정보의 내용은 어디까지인지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공유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의사에게 설명을 듣는 설명의 대상은 확장될 수 있지만, 동의의 대상 즉 의사결정권자는 원칙적으로 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인생관 및 선호도를 공유하고, 최선의 의학적 결정을 내리는 데 가족 및 환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자의 역할은 환자의 이해를 돕고, 의사를 구체화하고 지지하는데 그쳐야 한다. 또한 공유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의료진 역시 의사 등으로 한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오히려 관련 교육과 훈련을 통해 충분한 자격을 갖춘 자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공유의사결정과 관련된 설명·동의 법제는 앞서 살펴본 설명·동의 법제에 관한 선행 연구와 현행 법제, 판례 등을 이러한 공유의사결정 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적용하고 해석하면서 한국형 공유의사결정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후 제도적으로 수행된 공유의사결정이 환자의 선호도와 가치관 등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결정임과 동시에 최종적으로도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가장 좋은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가능하여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불필요하거나 의학적 윤리적으로 의미 없는 치료의 제공과 같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공유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적절성 평가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평가과정을 통해 급여기준과 같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활용을 통한 제도화와 같이 우리 사회에 적합하고 표준적인 공유의사결정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현행 설명·동의 법제를 중심으로 공유의사결정을 살펴보았다. 중요한 것은 결국 공유의사결정은 ‘환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설명·동의 법제 하에서는 ‘공유된’ 의사결정이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환자’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우리의 보건의료체계에 기반한 의료적 의사결정에 한국형 공유의사결정 모델은 현 보건의료법체계 하에서의 설명·동의 법제와의 정합성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함과 동시에 ‘상호성’이라는 공유의사결정의 특성과 우리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반영하여 실질적인 공유의사결정 모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