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간호사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환자의 자율성 침해, 부적절한 의료행위, 비윤리적 지시 등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마주하게 되며, 이러한 윤리적 문제가 간호대상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판단될 경우 간호대상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여야 한다[1]. 간호사는 윤리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도덕적 판단의 주체로서 행동하려 노력하지만, 기존의 윤리적 지식이나 책임감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으며, 불확실한 자신의 도덕적 신념에 불안감을 느낀다[1]. 또한 조직 내 제약으로 인해 간호사가 자신의 윤리적 신념이나 원칙과 충돌하는 결정을 수용해야 할 때, 도덕적 고뇌를 겪게 된다[2].
도덕적 고뇌(moral distress)는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알면서도 조직 내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 실천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을 말한다[3]. 만족스럽지 않은 두 가지 이상의 윤리적 문제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국내 선행연구에 따르면, 간호사는 환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나 불필요한 치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도덕적 고뇌를 경험하며, 임상간호사의 약 80% 이상이 도덕적 고뇌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2].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는 직무 스트레스, 윤리적 갈등, 소진 등의 문제와 연관되어 간호실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3]. 간호사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문제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정을 삭히거나 근무, 업무의 변경 및 포기, 위기전환과 대화 나눔, 신앙으로 대처하였으나, 결국 이직, 사직, 갈등이라는 부적응 반응으로 나타났다[4]. 또한 도덕적 고뇌는 가슴떨림, 두통, 설사, 수면장애와 같은 신체증상을 일으키며, 간호의 질을 떨어뜨려 스스로의 직무 만족을 저하시켜서 소진, 이직의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5]. 이는 도덕적 고뇌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환자 간호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덕적 고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윤리적 환경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6,7]. 윤리적 환경은 어떻게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며, 어떤 것이 바른 행동인지, 어떻게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조직 내의 공유하고 있는 인식으로[8], 개인의 윤리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9]. 긍정적인 윤리적 환경은 간호사가 환자의 권리 침해, 부당한 의료 지시, 과도한 연명치료 등의 윤리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판단을 지지받고 있다는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5]. 또한, 조직 내 동료나 관리자, 제도적 지원체계로부터 윤리적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지를 제공받는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2]. 정신과 간호사를 대상으로 도덕적 고뇌, 도덕적 민감성, 윤리적 환경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본인이 속한 조직의 환경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인식할 경우 도덕적 고뇌가 증가하고, 조직환경이 개인을 배려하고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환경일 때 도덕적 고뇌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7].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는 관리자, 의사, 환자 등에 영향을 받으며, 협력해야 하는 의료진 및 관리자와의 불충분한 의사소통, 역할 및 권한의 불명확성, 윤리적 판단에 대한 지지부족을 경험할 때 도덕적 고뇌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 따라서 본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도덕적 고뇌의 주요 영향요인으로 나타난 윤리적 환경을 포함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는 윤리적 행동의 선행 개념으로서 도덕적 고뇌를 완화시키는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moral courage)는 임상 현장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따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직 윤리 원칙을 합리적으로 지키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역량을 말한다[10]. Nummine et al.[10]은 간호학에서의 도덕적 용기를 도덕적 판단에 따른 행동화에 초점을 두고 개념화하였으며, 높은 수준의 도덕적 용기를 가진 간호사는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윤리적인 신념대로 실천함으로써 도덕적 고뇌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간호사가 도덕적 용기를 가지면 윤리적인 간호실무를 실천할 뿐 아니라, 도덕적 고뇌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이를 완화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10]. 그러나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가 도덕적 고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며, 특히 국외와 국내의 연구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국외 연구에서는 도덕적 용기를 지닌 간호사는 윤리적 상황에서 문제를 잘 처리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서, 도덕적 고뇌를 덜 경험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0]. 하지만 국내 연구에서는 간호사가 도덕적 용기를 발휘할수록 도덕적 고뇌를 더욱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1]. 이는 도덕적 용기를 내어 행동하였을 때 상황이 바뀌지 않거나 윤리적 의사결정이 상충되어 윤리적 문제가 조율되지 않는다면 박탈감이나 괴리감이 커짐으로써 도덕적 고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도덕적 용기가 도덕적 고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국내외 및 대상자에 따라 연구결과가 상이하여, 반복적인 연구를 통한 확인이 요구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특히 정신과 병동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7], 응급실 간호사가 지각하는 윤리적 환경이 도덕적 고뇌에 미치는 영향[12], 혈액투석실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가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13] 등 특정 부서별로 도덕적 고뇌의 정도를 파악하려는 연구들도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왔다. 그러나 개인적 요인인 도덕적 용기, 조직적 요인인 윤리적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여 도덕적 고뇌의 영향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국내에서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도덕적 용기와 도덕적 고뇌 간의 관계는 국내외 연구 간 상이한 결과를 보여 반복적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와 윤리적 환경이 도덕적 고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여, 조직 차원에서 도덕적 고뇌를 경감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본론
본 연구는 임상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과 도덕적 고뇌의 정도를 파악하고, 세 변수 간의 상관관계 및 도덕적 고뇌의 영향요인을 규명하고자 수행된 서술적 상관관계 연구이다.
본 연구는 B광역시 소재 300병상 이상의 2개의 상급종합병원과 1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였다. 즉, 일반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외래 등 다양한 근무부서에서 환자에게 직접 간호를 수행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행정부서 간호사 및 간호단위 관리자는 제외하였다. 대상자의 근무경력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이는 1년 미만의 신규간호사는 임상현상에서 반복적인 윤리적 갈등 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어 있어, 도덕적 고뇌를 더 민감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1]. G-power program 3.1.9.7.을 사용하여 유의수준 0.05, 검정력 80%, 중간효과크기(f2) 0.15, 예측변수(독립변수) 10개로 다중회귀분석 시 필요한 표본의 크기를 산정한 결과, 총 118명이 산출되었다. 이에 탈락률 20%를 고려하여 총 148명에게 설문지를 배부하였고, 응답이 불성실한 9부를 제외한 139부를 최종분석에 이용하였다.
도덕적 용기는 Numminen et al.[14]이 개발한 NMCS(Nurses’ Moral Courage Scale)을 Lee[15]이 한국어로 번안하고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한 한국판 도덕적 용기 측정도구(Korean Nurses’ Moral Courage Scale, K-NMCS)로 측정하였다. 본 도구는 도덕적 완전성(4문항), 좋은 간호를 위해 최선을 다함(3문항), 도덕적 책임감(2문항), 연민을 느끼며 진심으로 함께함(3문항)의 4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성되며 총 1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1점 ‘전혀 그렇지 않다’, 5점 ‘매우 그렇다’의 5점 Likert 척도로 측정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도덕적 용기의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도구 개발 당시 신뢰도 Cronbach’s α=.93이었고[14], Lee[15]의 연구에서는 Cronbach’s α=.87,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93이었다.
윤리적 환경은 Olson[16]이 개발한 HECS(Hospital Ethical Climate Survey)을 Hwang & Park[9]가 번역하고 수정, 보완,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한 한국판 병원윤리풍토설문(K-HECS)로 측정하였다. 본 도구는 동료와의 관계(3문항), 의사와의 관계(6문항), 관리자와의 관계(6문항), 환자와의 관계(5문항)의 5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성되며, 총 26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문항은 1점 ‘전혀 그렇지 않다’, 5점 ‘매우 그렇다’의 5점 Likert 척도로 측정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병원의 윤리적 환경이 긍정적임을 나타낸다. 도구개발 당시 신뢰도는 Cronbach’s α=.91이었고[16], Hwang & Park[9]의 연구에서는 Cronbach’s α=.88,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88이었다.
도덕적 고뇌는 Hamric et al.[17]이 개발한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 측정도구(MDS-R nurse questionnaire)을 Chae et al.[18]이 번역하고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한 한국판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 측정도구(KMDS-R)로 측정하였다. 본 도구는 무의미한 돌봄(5문항), 간호실무(5문항), 기관 및 상황적 요인(4문항), 윤리적 문제를 주장하는데 대한 제약(3문항), 의사실무(4문항) 5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성되며 총 21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며, 각 문항에서 도덕적 고뇌의 빈도(‘0’: 전혀 경험하지 않았다−‘4’: 자주 경험하였다)와 불편함의 강도(‘0’: 전혀 경험하지 않았다−‘4’ 매우 강하다)를 측정하여 도덕적 고뇌의 빈도 점수와 불편감 정도 점수를 곱한 값을 모두 합산하여 총점을 산출하며, 총점은 최소 0점에서 최고 336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도덕적 고뇌의 수준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도구개발 당시 신뢰도 Cronbach’s α=.89[17]이었고 Chae et al.[18]의 연구에서는 Cronbach’s α=.91,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91이었다.
자료수집 기간은 2024년 8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였다. 자료수집을 위해 B광역시 소재의 2개 상급종합병원과 1개 종합병원 간호부에 유선으로 연락하여 간호부서장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연구도구를 통합한 온라인 설문지가 링크된 QR 코드 및 URL을 모집문건에 기재하여 각 간호부의 이메일로 전송하여 각 병원의 회람을 통해 설문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설문지에 응답하기 전에 연구설명문을 읽고 연구에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만 이후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설문지 작성은 10−15분 가량 소요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수집된 자료를 IBM SPSS Statistics 29.0.1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실수, 백분율과 빈도분석을 사용하였고,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 도덕적 고뇌는 평균과 표준편차로 산출하였다. 일반적 특성에 따른 도덕적 고뇌의 차이는 independent t-test, one-way ANOV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고 사후검정은 scheffe’s test를 실시하였다.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 도덕적 고뇌 간의 상관관계는 Pearson’s correlation coefficient으로 분석하였고, 도덕적 고뇌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대상자의 윤리적인 측면과 대상자 보호를 위해 자료수집 전 D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2-1040709-AB-N-01-202405-HR-019-04)을 받았다. 설문지 서문에 연구의 목적과 내용을 기술하고, 자료의 익명성과 비밀보장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였다. 동의서 내용에는 연구 목적 외에는 사용되지 않음과 자발적으로 자료수집 참여에 중단할 수 있음을 명시하여 이에 동의한 연구대상자에게는 서면 동의 후 설문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비밀번호가 설정된 연구자의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였다. 본 자료는 3년간 보관할 것이며 보관기간이 지나면 영구 삭제할 예정이다. 자료수집 완료 후 참여자에게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였다.
본 연구대상자는 총 139명으로 여자가 129명(92.8%)으로 대다수를 차지하였고, 평균 연령은 31.22±6.25세이었다. 본 대상자의 대부분은 미혼(65.5%)이었고, 종교가 없었으며(63.3%), 학사 졸업이 대부분인 것(60.4%)으로 나타났다. 근무부서는 일반병동이 90명(64.7%)으로 가장 많았고, 임상경력은 평균 7.27±6.17년으로 5년에서 10년 미만이 44명(31.6%)으로 가장 많았다. 근무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 94명(67.6%), 종합병원이 45명(32.4%)이었다(Table 1).
대상자의 도덕적 용기는 5점 만점에 평균 3.20±0.58점이었고, 윤리적 환경은 5점 만점에 평균3.42±0.52이었으며, 도덕적 고뇌는 총 336점 만점에 평균 78.22±53.89점이었다. 도덕적 고뇌의 하위 영역별 점수를 살펴보면, ‘무의미한 돌봄’ 80점 만점에 23.86±16.92점, ‘간호실무’ 80점 만점에 23.38±17.86점, ‘기관 및 상황적 요인’ 64점 만점에 15.32±11.42점, ‘윤리적 문제를 주장하는데 대한 제약’ 48점 만점에 6.69±7.34점, ‘의사실무’ 48점 만점에 8.96±9.76점으로 나타났다(Table 2).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라 도덕적 고뇌의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결과, 임상경력(t=2.72, p=.047)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Scheffé test로 사후검정한 결과, 임상 경력이 5년 미만 또는 10년 이상인 경우 보다, 임상경력 5년에서 10년 미만인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 수준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Table 3).
대상자의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 도덕적 고뇌 간의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Table 4와 같다. 도덕적 고뇌는 도덕적 용기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며(r=.19, p=.029), 윤리적 환경과는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r=−.28, p<.001) 도덕적 용기와 윤리적 환경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r=.42, p<.001).
Variables | Moral courage r (p-value) | Ethical climate r (p-value) | Moral distress r (p-value) |
---|---|---|---|
Moral courage | 1 | ||
Ethical climate | .42 (<.001) | 1 | |
Moral distress | .19(.029) | −.28 (<.001) | 1 |
연구대상자의 도덕적 고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일반적 특성에서 도덕적 고뇌와 유의한 차이를 나타낸 임상경력을 가변수(dummy variable)로 모형에 투입하였으며,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낸 도덕적 용기와 윤리적 환경을 독립변수로 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분석 전 기본 가정을 확인한 결과, 공차한계가 0.69−0.80으로 기준 값 0.1 이상이었고, 분산팽창수지수도 1.25−1.49로 기준 값 10미만으로 나타나 다중공선성은 발생하지 않았다. Durbin-Watson 값은 2에 가까울수록 자기상관이 없는 것인데, 본 연구결과 2.07로 나타나서 문제가 없었다.
회귀분석 결과, 본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F=8.88, p<.001), 도덕적 고뇌에 대한 설명력은 22%였다(R2=.22). 대상자의 임상경력,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이 도덕적 고뇌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확인되었으며, 그 중 윤리적 환경이 좋지 않다고 인식할수록(β=−.44, p<.001), 도덕적 용기가 높을수록(β=.40, p<.001), 임상경력이 3년 미만인 경우에 비하여 5년에서 10년 미만인 경우(β=.23, p=.014) 도덕적 고뇌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5).
본 연구는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 도덕적 고뇌 정도를 확인하고, 각 변수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연구결과, 대상자의 도덕적 용기는 5점 만점 중 평균 3.20±0.58점으로, 종합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Choi의 연구[11]에서의 평균 3.24점, 의원급 이상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Hyun et al.의 연구[19]에서의 3.46점보다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11,19]와 달리 연구대상에 근무경력 1년 미만의 신규간호사를 포함하였기 때문에 다소 낮은 수준의 도덕적 용기를 보인 것으로 사료된다. 간호사는 임상 현장에서 반복적인 윤리적 경험과 실천을 통해 도덕적 용기가 강화되기 때문에[10], 신규간호사의 도덕적 용기 수준이 일반 간호사보다 더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입사초기부터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 정도를 파악하고, 신규간호사가 도덕적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지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본 연구 대상자의 윤리적 환경은 5점 만점에 평균 3.42±0.52점으로 중간 정도 수준이었다. 이는 종합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Hwang & Park의 연구[9]에서의 3.50점, 의원급 이상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Hyun et al.의 연구[19]에서의 3.54점보다 다소 낮았고, 대학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Park & Oh의 연구[2]에서의 3.30점보다는 높았다. 윤리적 환경은 조직 내에서 윤리적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공유하는 인식으로[8], 조직 차원의 명확한 지침이 부족하고 실질적인 지원의 한계가 존재하는 윤리적 환경에서 윤리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간호사의 고뇌가 심화될 수 있다[2]. 좋은 윤리적 환경은 간호사의 직무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2], 간호의 질을 향상시키고[5], 환자 안전 확보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8]. 따라서 간호사가 윤리적 환경을 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대상자의 도덕적 고뇌는 336점 만점에서 총점 평균 78.22±53.89점으로, 동일한 측정도구를 사용하여 국내의 대학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Park & Oh의 연구[2]에서는 64.90점, Chae et al.의 연구[18]에서는 77.20점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외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Ulrich et al.[5]의 연구에서는 60.90점, Rather et al.[20]의 연구에서는 79.80점으로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을 보였다. 도덕적 고뇌를 하위 영역별로 살펴보면 ‘무의미한 돌봄’과 ‘간호실무’ 영역이 다른 영역들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선행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는데, Park & Oh의 연구[2]에서는 ‘간호실무’가, Chae et al.의 연구[18]에서는 ‘무의미한 돌봄’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무의미한 돌봄’은 불필요한 또는 무의미한 치료의 제공, 적극적인 치료를 통한 죽음의 연장, 환자의 최선의 이익이 아닌 간호를 제공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간호실무’ 요인은 간호의 연속성,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간호인력, 안전하지 못한 간호 인력의 수준,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제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전동의 등을 의미한다[1]. 간호사들이 도덕적 고뇌를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 ‘무의미한 돌봄’과 ‘간호실무’ 부분에 초점을 두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본 연구결과, 도덕적 고뇌는 도덕적 용기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서(r=.19, p=.029), 도덕적 용기가 높을수록 도덕적 고뇌 수준이 높았다는 선행연구 결과[11]와 일치하였다. 이는 도덕적 용기가 높을수록 도덕적 갈등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고뇌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도덕적 고뇌는 윤리적 환경과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r=–.28, p<.001), 이는 윤리적 환경이 좋을수록 조직 내 윤리적 지지와 제도적 기반이 잘 갖추어져 있어, 도덕적 고뇌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도덕적 용기와 윤리적 환경 간에는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r=.42, p<.001)가 나타났는데, 이는 긍정적인 윤리적 환경에서 도덕적 용기가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에 미치는 요인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임상경력,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이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먼저 임상경력이 5년에서 10년 사이인 간호사는 3년 미만인 간호사에 비해 도덕적 고뇌 수준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β=.23, p=.014). 이는 간호사의 임상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도덕적 민감성과 책임감이 증가하여 도덕적 고뇌가 심화될 수 있다는 국외 정량적 문헌고찰의 결과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1]. Hamric et al.[17]은 간호사의 경력이 많을수록 조직 내 비윤리적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어 도덕적 고뇌를 더욱 많이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중간경력 간호사들이 환자간호에 있어 보다 많은 역할과 책임을 수행함으로써 윤리적 갈등상황에 더 자주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중간경력 간호사들이 겪는 도덕적 고뇌를 완화하기 위해, 이들의 역할과 책임에 부합하는 윤리적 지원체계 마련과 조직적 관심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결과,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 수준이 높을수록 도덕적 고뇌 정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β=.40, p<.001). 실제로 높은 수준의 도덕적 용기를 지닌 간호사는 윤리적 갈등 상황에서 윤리적 원칙을 지키고자 행동하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윤리적 갈등을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 부족, 관리자 및 동료의 윤리적 민감성 결여, 윤리적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 제도 등으로 인해 행동이 제한될 경우 오히려 더 큰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21]. 이는 국내 종합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 결과와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11]. 높은 수준의 도덕적 용기를 가진 간호사는 윤리적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 고뇌가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국외연구에서는 도덕적 용기의 수준이 높을수록 도덕적 고뇌가 완화될 수 있다는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었다[10]. 이러한 국내외 연구결과의 차이 및 도덕적 용기와 도덕적 고뇌 정도와의 관련성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본 연구에서는 간호사의 윤리적 환경이 긍정적일수록 도덕적 고뇌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β=−.44, p<.001). 이는 종합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2], 신생아 집중치료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22], 정신과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7] 등의 연구결과와 일치하였다. 국외의 연구[5]에서도 윤리적 환경이 긍정적으로 지각될수록 도덕적 스트레스가 감소한다고 보고하였으며, 이는 도덕적 고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긍정적인 윤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다. 첫째, 특정 지역에 위치한 2개 대학병원과 1개 종합병원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전국의 간호사 집단에 일반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확장된 표본을 통해 반복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자료수집이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참여자의 응답의 성실성을 완전히 보장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응답 편향 가능성이 존재한다. 향후에는 보완적인 질적 자료 수집을 병행하여 자료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횡단적 단면조사로 수행된 본 연구는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추후 종단적 연구 또는 중재연구를 통해 보다 심화된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의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임상간호사의 도덕적 용기와 윤리적 환경이 도덕적 고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간호실무에서 도덕적 고뇌를 이해하고 예방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Ⅲ. 결론
본 연구는 임상간호사의 도덕적 용기와 윤리적 환경이 도덕적 고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본 연구결과, 간호사의 임상경력, 도덕적 용기, 윤리적 환경이 도덕적 고뇌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를 완화하기 위해 윤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도덕적 용기를 지지할 수 있는 조직 차원의 교육 및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도덕적 고뇌와 관련된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도덕적 고뇌에 영향을 미치는 간호사의 도덕적 용기와 윤리적 환경의 유의미한 관계가 확인된 바, 이러한 개인적 특성과 조직문화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일부 지역과 기관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향후 보다 다양한 지역과 근무환경을 포함한 반복연구를 통해 일반화를 높일 필요가 있다.